
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뒤, 예전만큼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 드물어졌다는 걸 실감했다. 퇴근 후엔 피곤해서 집에 틀어박히고, 주말엔 익숙한 루틴 속에서만 움직인다. 그런데 어느 날, 동네 산책길에서 우연히 말을 트게 된 분과 작은 모임을 시작하게 됐고, 그게 나에게 꽤 큰 변화로 다가왔다.
그때 깨달았다.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걸. 우리는 늘 새로운 관계를 원하면서도, 막상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엔 익숙하지 않다. “모임”이라 하면 뭔가 무거운 약속처럼 느껴지기도 하고. 그래서 나는 최대한 가볍게, 아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‘소모임’이라는 개념에 매력을 느꼈다. somoim.kr을 만들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.
이 사이트는 사실, 수많은 ‘작은 시작들’에 대한 기록이다. 누군가는 마을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고, 누군가는 베이킹을 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. 또 어떤 이는 퇴근 후 30분 조깅을 핑계로 누군가와 걷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다. 이런 다양한 일상 속 만남들이야말로, 우리가 생각하는 ‘취미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.
물론,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늘 순조롭진 않다. 하지만 사람을 만나며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, 예상치 못한 공감대,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오는 ‘우리’라는 감각은 분명 가치 있다. 나는 그런 순간들을 모아가고 싶다. 지역 기반 커뮤니티의 힘을 믿기에, 이 사이트는 정보 전달보단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와 경험을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.
요즘 들어 ‘이 동네에 뭐가 있지?’, ‘나랑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?’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. 혼자보단 함께하는 일상, 잠시라도 말 한마디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공간이 조용히 다가가길 바란다.
글: 윤세환 커뮤니티 디렉터